다꽁이 초등 4학년때...아이가 갑자기 까칠해졌다.
딱히 뭐라고 야단을 치거나 말 할 상황은 아니었는데.....내가 느끼기에 너무도 까칠한...아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혼자서 많이 힘들때였다.
견디다 못해...어느 토요일 아침....8시도 되기 전에...잠에서 깬 아이를 덜렁 차에 올라타라고 하고...아이와 단 둘이...집을 떠났다.
무작정 동해안..쪽으로....
강릉만 목표로 잡고...휴게소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면서 휴게소에 걸린 지도로 갈 곳을 짚었다.
오죽헌, 경포대, 허난설헌 생가, 참소리박물관, 정동진, 하슬라 아트월드 그리고 생각나지 않는 군함을 개조한 전시관....
등등...
운전을 해 가면서...아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적게나마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었고...
난 초행길...그때는 네비게이션도 없었으니...표지판 보면서 운전하느라 정신 없었고...
아이는 아이대로...음악을 듣느라....별 이야기 없었고..
그렇게 강릉에 도착해 경포대부터....공사중이라...경포대에 올라가 보지는 못하고...그냥 밑에서 보고 말았고...
오죽헌 갔다가....거기서...아직도 보지 않은 책도 한 권 사고...
가 보자 했던 곳들 하나 하나 다녀보고....허난설헌 생가 근처에서 두부도 먹고...
이래저래 하루를 보냈지만...결정적으로 숙소를 정해 놓고 오지 않은 탓에....
그때부터 숙소 찾느라....운전하면서...펜션 전화번호만 보이면...전화 문의...
주말이라...예약이 다 되었는데...다행이 그날...날씨가 좋지 않아...취소된 곳이 한군데 있어서...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숙소에서는 텔레비젼 보면서 낄낄거리고...
자고..일어나...다시 해안도로쪽으로 돌면서 관광하다....집으로 왔다.
여행 기간 내내....다꽁과 별다른 이야기 하나 나눈 것 없었다.
그런데...급작스런 여행을 다녀 오고 난 다음....집에 오니...아이가 많이 부드러워져있었다.
딱히 둘이서 어떤 이야기 한 것도 아니었고....나는 초행길..운전에 온 신경을 썼고....다꽁은 다꽁대로 즐길 수 있는 건 즐겼는데...그 뾰족함이 어디로 갔는지..
그 뒤로 난 다꽁과 나와의 여행을 일년에 한번은 반드시 계획했다.
단 둘이 가기 힘들다면....친구들과...또는 모임의 여행에 다꽁을 끼워 움직였다.
심지어 직장 해외 세미나에도 다꽁 동행....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갔었다.
단지...아빠나 다른 식구들과는 움직이지 않고...다꽁과 나만이....
여행을 하는 동안은 일행이 있지만....이동하는 동안...숙소는 다꽁과 나 단 둘이 있으니까..
그렇게 다니는 동안....아이의 사춘기가 쉽게 넘어간 것 같다.
지금도 사춘기 일 수도 있지만....엄마가 말도 못 붙일만큼 까칠한 아이들에 비해 다꽁은 많이 수월한편...
아직도 엄마랑 어딘가를 가는 것에 거부감도 없고...
여행이란 것이 이래서 좋은 것 같다.
솔직히....맞벌이를 한다고는 하지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년에 한번..여행을 간다는 건 쉽지 않지만....무리를 해서라도 다니는 이유....
이것때문이다..
아이의 시기가...사춘기...엄마가 컨트롤을 할 수 없는 시기...를 쉽게 넘기기 위해서...
아이마다 처방이 다를 수 있지만...딸 아이는 엄마랑....아들은 아빠랑...여행을 다녀 보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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