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꽁과 나] 엄마는 태풍을 가슴에 품고 산다....
다꽁이 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시험을 치렀다.
초등 들어가면서 받아쓰기부터....많은 시험들....
그런데 그 대가성 선물을 한번도 약속해 본 적이 없다.
하긴 처음에는 성적이 워낙 나빴으니...좋아 할 경우도 없었지만....빗줄기가 죽죽 그어진 시험지를 보면서 성적에 대한 대가성 선물을 바라는 건 아마도 양심불량이리라...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자...다꽁이 이상한 말을 한다.
"엄마 다른 애들은 시험 90점 넘기면 핸드폰 사준다고 하던데...." 또는 "평균 10점 이상 오르면 게임기 팩 사준다고 했다는데..."
등등 그러면서 다꽁은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엄마는 왜 나한테 그런 선물 준다고 안해?"
그래서 물어보니 다꽁도 성적을 대가로 선물을 받고 싶단다...
난 그런 다꽁에게 항상 같은 말을 했다.
네가 성적을 잘 받아오면 너는 기분좋고...엄마도 기분좋고...그래서 네 엉덩이 톡톡 두르려주고..엄마는 기분좋게 이모들(친구 엄마들...초등까지는 솔직히 기분좋게 밥을 사 본적이 거의 없다...얻어 먹었지...ㅡㅜ)한테 밥 사주고...그럼 좋은거 아니냐고.
그러면 다꽁이 또 반문한다. 내가 시험을 잘 봤는데 왜 이모들이 밥을 얻어 먹는거냐고...그 밥 살 돈으로 자신에게 선물을 사 달라고...
그래서 난 쐬기를 박았다.
그럼 이번에 네가 시험을 잘 보면 엄마가 네가 원하는 것 중...핸드폰, 인터넷, 텔레비젼을 제외한 것 들 중에서 사 준다. 하지만 시험을 못 볼 경우에는 네가 가진 것 들 중에서 엄마에게 반납을 해야 한다.
시험 결과에 대한 대가를 받아가려면 반대에 대한 댓가도 생각해 두어라...
다꽁은 결국 이런 건 없던 일로 하잖아.
시험을 못 쳐도...솔직히 말 할 수 없이 바닥인 성적을 가지고 와도 야단 안 치는 엄마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다꽁은 모른다...
그 시험결과를 받아 왔을 때 네 앞에서 웃으면서 이 시험 결과에 네가 만족한다면 엄마도 만족한다며 웃어 줄 때 엄마의 마음 속은 무진장 요동치고 있었다는 걸...
학원에라도 보내야 하나...과외를 시켜야 하나...내가 붙잡고 공부를 하도록 해야 하나....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걸...
그리고 나와 비슷한 엄마와 둘이 만나....슬픈 현실에 서글픈 저녁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는 걸..
하지만 그 고난(?)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이제는 웃을 수 있었다...싶었는데...또다른 고민거리가 생긴다.
어느 순간 성적을 훌쩍 올린 아이의 모습에 예전과 다른 눈높이를 하고 기대하는 내 모습과...내 기대와는 다르게 잠, 잠, 잠, 멍, 멍, 멍....하니 시간을 보내며 흔들리는 모습...
또다시 내 속은 너울이 친다.
저 아이는 분명 하면 잘 할 것 같은데...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줬었는데....왜 저러고 있는 건지...시간이 아깝지 않은건지...등등...
내 속은 잠잠할 날이 없다...
아이고...매일 매일 풍랑을 치는 내 가슴 속을 누가 좀 잠재워 주려나?